사진작가 김정안 (레이킴) 전시/작업/활동 정보 : 일상의 기록

2024. 12. 12. 12:09이후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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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한줄 한마디마디 세상에서 처음 들어보는 성수 같은 글들이 언어라는 모양세로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줄이어 내려온다.
이후 24시간 안.. 같은 시간대쯤, 매체에서 맞딱트린 음험한자의 매연자욱한 오염된 더러운 소리들도
결국은 같은 한국말인데, 그 말을 담은 그릇의 심장이 무엇을 위해 두근거리는지에 따라 이렇게 정반대의 의미로 다가온다.
최소 백년동안 대한민국의 빛으로 남길 언어들이
어쩔 수 없이 지금의 암울한 시기 어둠의 커튼을 하나씩 벗겨내줄것이다.

그녀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마음으로 최고의 예의를 갖춰 경건하게 감사를 드린다.
그녀를 낳아준 그녀의 부모님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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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2024 노벨 문학상 수상소감

폐하, 왕실 전하, 신사 숙녀 여러분.

제가 여덟 살이던 날을 기억합니다. 오후 주 산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데 갑자기 하늘이 열 리더니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비가 너무 세 차게 내리자 20여 명의 아이들이 건물 처마 밑에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길 건너편에도 비슷한 건물이 있었는데, 마치 거울을 들여 다보는 것처럼 처마 밑에 또 다른 작은 군중 이 보였습니다. 쏟아지는 빗줄기, 제 팔과 종 아리를 적시는 습기를 보면서 문득 깨달았습 니다. 저와 어깨를 맞대고 서 있는 이 모든 사 람들, 그리고 건너편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의 '나'로 살아가고 있었다는 것을요.

저와 마찬가지로 그들 모두 이 비를 보고 있 었습니다. 제 얼굴에 촉촉이 젖은 비를 그들 도 느끼고 있었습니다. 수많은 1인칭 시점을 경험하는 경이로운 순간이었습니다.

글을 읽고 쓰면서 보낸 시간을 되돌아보니 이 경이로운 순간이 몇 번이고 되살아났습니 다. 언어의 실을 따라 또 다른 마음 속 깊이 로 들어가 또 다른 내면과의 만남. 가장 중요 하고 긴급한 질문을 실에 매달아 다른 자아에 게 보내는 것. 그 실을 믿고 다른 자아에게 보 내는 것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저는 알고 싶었습니다. 우리 가 태어난 이유. 고통과 사랑이 존재하는 이 유. 이러한 질문은 수천 년 동안 문학이 던져 온 질문이며,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습니 다. 우리가 이 세상에 잠시 머무는 것의 의미 는 무엇일까요? 무슨 일이 있어도 인간으로 남는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요? 가 장 어두운 밤, 우리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 는지 묻는 언어, 이 지구에 사는 사람들과 생 명체의 일인칭 시점으로 상상하는 언어, 우 리를 서로 연결해주는 언어가 있습니다. 이 러한 언어를 다루는 문학은 필연적으로 일종 의 체온을 지니고 있습니다. 필연적으로 문 학을 읽고 쓰는 작업은 생명을 파괴하는 모 든 행위에 반대되는 위치에 서 있습니다. 문 학을 위한 이 상이 주는 의미를 이 자리에 함 께 서 있는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