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어윤희 선생 (1878.6.30 ~ 1961.11.18)

2025. 11. 21. 16:57대한민국 독립운동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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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 어윤희 선생 (1878.6.30 ~ 1961.11.18)

“어둠 속에서도 불씨를 지킨 여성, 옥중에서도 꺼지지 않은 만세의 목소리”

1919년 봄, 나라가 짓밟히던 시대에
한 여인이 조용히 길 위에 섰다.
독립선언서를 품고, 죽음을 각오한 얼굴로.
그 여인의 이름 — 어윤희.

그녀는 교과서에 가장 크게 실린 이름은 아니지만,
서대문 형무소의 차디찬 공기 속에서
가장 단단한 불꽃처럼 타올랐던 여성 독립운동가 중 한 사람이었다.

- 동학의 혼을 이어 받은 여인, 고난에서 깨어나다

어윤희의 첫 번째 삶은 평범한 아내였다.
그러나 동학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남편을 잃고,
그녀의 삶은 더 이상 평범할 수 없었다.

절망의 끝에서 만난 길은
배움과 전도였다.
외딴 섬에서 전도사로 활동하며
문맹의 소녀들에게 글을 가르쳤고,
가난한 이웃들의 손을 잡아 위로했다.

하지만 1919년 봄,
그녀의 길은 다시 조국으로 향했다.

-3·1운동 — 이름 없는 여성들이 역사로 걸어나온 날

서울로 돌아온 어윤희는
독립선언서를 손에 들고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그날 그녀는 시위대의 맨 앞에 서 있었다.
두려움은 있었지만, 물러섬은 없었다.

“대한독립 만세!”

그 외침을 끝까지 견디지 못한 일본 경찰은
그녀를 거칠게 잡아 끌었고,
어윤희는 결국 체포되었다.
그리고 길고도 잔혹한 2년의 옥고가 시작되었다.

-옥중 만세시위 — 죽음의 공간에서 피어난 자유의 함성

서대문 형무소.
어둠과 비명으로 가득한 그곳에서
많은 이들은 목숨을 잃고 정신이 무너졌다.

하지만 어윤희와 여성 독립운동가들은
그 절망을 이기고 다시 일어섰다.

1919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
그들은 찬송가 대신
“대한독립 만세”를 불렀다.

1920년 3월 1일, 3·1운동 1주년.
어윤희와 유관순, 그리고 수많은 여성들은
철창을 흔들며 또다시 만세를 외쳤다.

상상해 보라.
매일같이 이어지는 고문,
오늘 죽을지 모르는 공포,
철창 사이로 들려오는 비명.
그 모든 것을 뚫고,
그녀들은 또다시 “대한독립 만세”를 외쳤다.
그날의 용기는 죽음을 넘어서 울린 기적이었다.

이 만세시위 이후
유관순 열사는 극심한 고문으로 순국했고,
어윤희는 끝내 살아남아
그녀의 싸움을 계속하게 된다.

-흔들린 이들을 다시 세우다 — ‘스스로 깨어남’을 전하는 선생

옥중에서 일본인 간수의 밥을 나르던 조선인 여성들.
고문과 회유 속에서 마음이 흔들린 그들을
어윤희는 따끔하게 꾸짖었다.

“네가 누구의 딸이며, 누구의 겨레인데
왜 스스로를 버리려 하느냐.”

그 훈계는 깊은 울림이 되었고,
그 여성들은 이후
옥중 독립운동가들의 비밀 연락원이 되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삶을 되살리는 말.
그것이 어윤희였다.

-출옥 후, 민족의 어머니가 되다

출옥한 이후에도 그녀의 활동은 멈추지 않았다.
   •   개성 지역의 여성 지도자로 활동
   •   독립운동가들의 은신처 제공
   •   민족교육과 여성 계몽에 헌신

특히 그녀가 이끈 **‘근우회’**는
한국 여성운동의 분수령이었다.

근우회는
-여성의 단결,
-봉건적 굴레로부터의 해방,
-일제 식민지 억압으로부터의 독립
을 목표로,
농민, 노동자, 주부, 여학생까지
모든 여성들을 하나로 모았다.

118개 지회.
그 영향력은 당시 조선 여성운동의 혁명 그 자체였다.

-말년에 선택한 또 하나의 독립 — 아이들을 품다

1931년 이후 선생은 일선에서 물러나
아동복지에 전념했다.
1937년 고아원 ‘유린보육원’을 설립하고
전쟁과 가난으로 부모를 잃은 아이들을 품었다.

광복 후에도 같은 이름의 보육원을 서울 마포로 옮겨
아이들을 보살피다
1961년, 그 아이들이 있는 그 자리에서
고요히 눈을 감았다.

-작가의 글

어윤희 선생의 삶은
거대한 함성보다,
어둠 속에서 혼자 켜 올린 작은 촛불에 더 가깝다.

누가 보지 않아도 올곧음을 지키고,
누가 듣지 않아도 진실을 외치며,
누가 기억하지 않아도 약한 이들을 일으켜 세운 사람.

그녀가 감옥에서 지킨 그 한 줌의 불씨가
오늘 우리에게까지 빛으로 도달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싶다.

그 빛은 지지 않았고,
지금도 여전히 우리의 어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