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광복군, 이윤철 지사

2025. 11. 6. 09:52대한민국 독립운동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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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광복군, 이윤철 지사

“청년들에게 올바른 역사를 남기고 싶었습니다.”

광복군의 깃발이 마지막으로 펄럭이던 시대,
그 끝자락에 이윤철 지사가 서 있었다.
1925년, 중국 베이징에서 태어난 그는 이미 그 피 속에 독립의 혼을 이어받고 있었다.
부친 이광 선생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의정원 의원으로 활동한 항일지사였고,
주위에는 민필호, 김준엽 같은 독립운동가들이 드나들었다.
그는 어려서부터 “나라 없는 설움은 집안의 이야기였다.”

청년이 되자 그는 조국의 독립을 위해
광복군 제5지대의 전신인 한국광복진선청년공작대에 몸을 던졌다.
1942년, 임시정부가 인재를 길러 독립전선의 새 희망을 세우고자 설립한 항공통신군관학교에 입교하며
하늘과 전파로 싸우는 새로운 전쟁의 병사가 되었다.
1945년 봄, 사천성 신진(新津)의 미군 B-29 비행기지에서 출격 지원 임무를 수행하던 그는
그해 8월, 마침내 조국의 해방을 맞이했다.
그 순간, 하늘은 눈부셨지만 그의 가슴에는
돌아갈 나라의 그림자가 아직 짙게 드리워 있었다.

광복 후에도 그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이윤철 지사는 역사를 잊은 세대에게 말없이 경고했다.
“독립운동을 한 사람보다, 그들을 외면한 사람들이 더 대접받는 나라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는 생전에 이렇게 회고했다.

“임시정부 가족들이 광복 때까지 버틸 수 있었던 건 김구 선생 덕분이었소.
진심으로 나라를 사랑한 분이셨지.”

그러나 해방 이후, 현실은 달랐다.
그는 냉철히 지적했다.

“반민특위가 무너진 뒤, 친일의 후예들은 득세하고,
진짜 독립운동가들의 자손들은 지금도 홀대받고 있다.”

그의 말은 단순한 회고가 아니었다.
이 시대의 청년들에게 보내는 죽비소리였다.

“시대가 변해도 우리가 서 있는 이 땅의 역사는 반드시 알아야 합니다.
역사를 바로 알면 진실이 무엇인지 분간할 수 있습니다.”

그의 삶은 오롯이 ‘올바른 역사 인식’이라는 한 문장으로 남는다.
그는 1990년, 그 공로로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았다.
그리고 2017년 11월 4일, 향년 92세로 세상을 떠나
대전현충원 애국지사 묘역에 잠들었다.

그가 남긴 마지막 유산은 총과 깃발이 아닌, 기억의 책임이었다.
조국을 되찾은 뒤에도 그는 끝내 잊지 않았다 —
역사를 지키는 것은 싸움보다 어렵다는 사실을.

-

작가의 글

그의 눈빛은 여전히 청년의 것이었다.
세월이 흘러도 흔들리지 않는 신념,
그 속에 조국을 향한 마음이 고요히 타고 있었다.

그는 “독립은 끝난 일이 아니라, 우리가 지켜야 할 현재”라 말했다.
그 말이 바람에 실려, 오늘의 우리에게 도착한다.

나라를 되찾은 사람보다,
그 뜻을 잊지 않으려는 사람으로 남은 이.
그 이름, 이윤철.
그는 진정한 마지막 광복군이었다.

사진작가 김정안